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출처 :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news/detail.html?id=201109010227

며칠 전 인천의 한 소프트웨어(SW)업체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개발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이런 환경에서 SW강국이 될 수 있겠느냐”며 분을 참지 못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HP가 PC 사업을 포기하면서 ‘SW강국 코리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SW 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는 이미 44년 전 SW 전문기관이 있었다. ‘세리(SERI:System Engineering Research Institute)’라 불렸던 시스템공학연구소다. 196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전자계산연구실로 출발한 SERI는 국내 유일의 SW 전문 정부출연연구소였다. 국세청 행정 전산화를 비롯해 대입예비고사·의료보험·86아시안게임·대전엑스포 등 지난날 대형 국가 프로젝트 전산화는 모두 SERI 작품이다. 경제 혁명이라 불렀던 금융실명제도 SERI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IBM이 88올림픽경기 전산망을 16만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는 것을 자체 기술을 내세워 막은 것도 SERI였다. 아쉽게 SERI는 1998년 6월 ETRI와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SW 독립 연구소 설립은 SW강국 코리아를 위해 필요하다. 민관이 어떻게 설립해 운영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SW강국은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 시간과 땀을 쏟아야 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SW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 중 세계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 136개나 된다. 하지만 세계 100대 순위에 드는 SW기업은 하나도 없다. 세계 SW 시장 비중도 2%가 안 된다. 유명 대학 SW학과는 몇 년째 미달이고, 개발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 SW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 정책 초점은 SW기업이 돈을 버는 것에 맞춰야 한다.
1순위로 해야 할 일은 공공기관의 턱없이 낮은 SW 유지보수 비용을 개선하는 것이다. 외산 SW는 10~20%를 주면서 국산 SW는 10%도 안주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SW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최저가 입찰과 하도급 문제에도 메스가 필요하다. 지식산업의 꽃인 SW에 제값을 안쳐주고 SW강국 코리아를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슝늉 찾는’ 격이다.
SW기업의 노력도 보태져야 한다. 정부가 모든 걸 다 해 줄 수 없다. 마냥 정부만 바라보지만 말고 자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냉철히 점검해야 한다. SW를 만들 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외산과 비교해 품질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민관의 노력이 합쳐져 선순환을 이룰 때 비로소 SW강국 코리아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