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출처 :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102230072


손연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위원/객원논설위원 ygson1234@hanmail.net

지난 1970년대 서울 명동의 음악카페였던 ‘세시봉’이 부쩍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층은 물론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 마련한 세시봉 특집 프로그램이 사뭇 대중의 마음을 흔들면서부터다. 이후 대표적 세시봉 출신 뮤지션들이 모여 전국 콘서트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30년 이상의 시간을 지나 세시봉인들과 그들의 음악이 가슴에 파고든 것이다.

세시봉은 통키타 음악의 산실이자 상징이다. 세시봉인들은 외국 곡을 편곡·개사한 번안 가요는 물론 직접 만든 곡을 세상에 선사하며 시대의 한 켠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노래 속에는 자유와 순수, 열정과 낭만을 담았다.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누리고 가질 수 있는 정신과 정서를 발산했다. 세시봉인들이 선사한 음악은 삭막했던 정치·사회적 환경 탓에 빚어진 경직되고 음울한 기운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순수와 낭만의 한 꼬투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현란한 댄스를 앞세운 이른바 아이돌 가수들만 눈에 띄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한다.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에 대한 갈증이라는 분석도 있고, 디지털 기술의 힘에 의존한 기술음악이 아닌 아날로그 통키타 위에 올린 목소리의 힘을 원하는 현상이라고도 한다. 혹은 차갑게 톡 잘라 ‘지나가는 복고(復古)’라고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시봉인들에 대한 관심과 조명은 ‘인간 중심’을 강조하는 IT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IT는 끊임없는 진화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언제나 ‘삶의 질 향상’, ‘생활 속 IT’, ‘인간의 행복 증진’이라는 지향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용자인 국민 개개인에게 IT는 늘 옆에 있는 무척 가까운 존재로서 스스로 각인시켜 왔다. 기술, 산업, 이용자가 따로가 아닌 함께일 때 비로소 건강한 성장구조를 갖는 까닭이었다.

제법 강건했던 한국IT의 성장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성장구조 속에 ‘문화’를 튼실하게 삽입시키지 못했다는 시선이다. 문화는 기술·산업·이용자 간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관계의 지속가능을 담보하는 요인이다. 특별히 이용자 문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IT를 통해 이뤄지는 양방향을 넘어선 ‘다방향 소통’과 한 곳에 모아 두루 이용하는 ‘데이터 집중&공용’의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건강·건전한 이용자 문화는 제도적 개선 및 교육적 보완과 함께, IT윤리 제고를 향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 ‘나 하나 쯤 어때’라며 역기능의 폐해에 슬그머니 동승하는 분위기를 억제하고, ‘나부터 먼저’라는 순기능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려는 문화를 시급히 조성·확산시켜야한다. 건강·건전한 이용자 문화는 인간중심의 IT를 확인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저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IT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IT가 선사하는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들은 일부 이용자들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증진시켜야 한다. IT 소외계층의 구체적 현실화와 확대는 IT가 우리에게 선사한 ‘소통만개’ 시대라는 긍정적 모습을 위축시킨다. 이는 지역·학연·혈연에 따른 편가르기가 부른 불화의 깊이보다 심각한 불통의 역기능을 야기시킬 수 있다.

우리의 IT는 현란한 댄스로 무장한 아이돌 가수들이 지닌 폭발적 흡입력과 기술의 힘을 통해 이뤄낸 세련된 효율성을 한껏 제시하는 가운데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하나 더, 계층을 아우르며 따뜻한 감성으로 감싸안는 세시봉인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인간’을 담아내기 위한 배가된 노력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