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출처 : 전자신문

http://www.cio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6

전자신문 CIO BIZ+가 연초 기업 및 기관 최고정보책임자(CIO)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80% 이상이 데스크톱 가상화(VDI) 또는 모바일 오피스 등 일명 ‘스마트워크’ IT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답한 50% 이상 CIO는 모바일 업무 도입 의사를 나타냈다.

B2C 시장 스마트폰 붐이 B2B 시장 스마트워크 붐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공공·금융·제조·서비스 등 업종 불문 기업이 ‘스마트’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억원을 투자해 단순 정보 확인만 가능하게 한 모바일 오피스도 ‘스마트’란 이름 하나로 명분을 얻는 시대다.

목적 없는 스마트워크에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이다.

◇무엇을 똑똑하게…‘스마트’ 정의부터 다시=“스마트워크를 하고 난 후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회의에 참여한 적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국내 대기업 K 부장에게 스마트폰은 족쇄와 같다. 이렇듯 시·공간을 초월해 일할 수 있는 최신 업무 환경을 상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스마트워크의 현주소다.

스마트워크=IT 구축’이란 사고 때문이다. 국내 대표 스마트워크 추진 기업들은 주로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공간 효율을 위한 변동 좌석제 △자료 공유를 위한 데스크톱 가상화 & 문서 중앙관리 △스마트워크 센터 기반 자율 출퇴근제 등을 도입한다. 지난해 세 가지 이상 모델을 모두 도입한 KT와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오피스를 포함, 네 가지 중 한두 모델만 도입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모바일 플랫폼과 클라우드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론이 결합된 새로운 IT 도입으로 결국 24시간 365일 일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워크인 셈이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생산성도 높아질까. 스마트워크에 문제를 제기하고 무분별한 스마트워크 도입에 메스를 대고자 하는 시도가 일부 기업과 컨설팅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액센츄어 해외지사에서 외국계 기업 컨설팅을 담당했던 김상익 전무는 “지난 2년간 한국 기업이 도입한 스마트워크는 ‘하드웨어’에 집중해 사무실 공간 배치와 모바일 장비, 데스크톱PC 등 외양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마다 ‘스마트’ 정의도 다른데다 기업 내 담당자끼리도 다른 의미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변동좌석제 도입 이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한다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차피 팀원들끼리 모여 앉아야 하다 보니 결국 ‘비공식’ 지정석이 생겼다”면서 “부장급 등은 창가 쪽에 위치한 자기 자리에 앉으면 은근히 눈치를 준다”고 말했다.

자리를 지정하는 시스템조차 무용지물이 돼 스마트워크 IT 투자 효과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사장과도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할 만큼 문화 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동좌석제에 다른 자유로운 자리 배치가 무의미해진다.

◇유한킴벌리·KT 등 ‘성과 중심’으로 평가 바꿔=기술 중심 스마트워크 폐해를 줄이려면 일하는 시간보다 ‘성과’를 먼저 보는 정책·문화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말 전사적으로 변동좌석제 기반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면서 인사 평가 기준 자체를 바꿨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모든 업무를 근무시간 체크 개념에서 ‘자율관리’ 체계로 바꿨다”며 “개인이 목표 달성 여부와 성과 측정을 중심으로 제도가 변경됐다”고 말했다. 인사 체계를 바꾸기 위해 스마트워크 설계 단계에서부터 인사팀이 가담했다.

개인이 명확한 목표를 수립하는 단계부터 객관화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이에 따른 결과물 도출이 가시화되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비록 일하는 시간이 줄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고 좋은 성과를 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가족친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유한킴벌리 스마트워크는 개인의 업무 시간을 줄이면서도 성과 중심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변동좌석제와 모바일 오피스 등 스마트워크를 확산하면서 업무 자체를 과제화한 후 개인별 해당 과제를 관리하고 평가하도록 전 임직원 평가 체계를 변경했다.

KT 관계자는 “개인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기한을 정한 후 과제가 끝나 시스템에 올리면 관리자가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부서 업무 70% 이상이 이미 과제를 등록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직원이 놀든 일하든 관계없이 부여된 과제를 평가받고 책임지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눈도장’ 공공기관이 가장 문제=공공기관은 민간기업 대비 스마트워크 활성화가 더욱 느리다. ‘얼굴도장’에 의존하는 상사 문화 등이 팽배해 있어서다. 스마트워크 센터 사용이 활발하지 않아 순번제로 돌리는 경우도 나타난다. 올해 행안부 스마트워크센터 설립 규모가 지난해 계획보다 축소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공공기관 CIO는 “공공기관은 스마트워크가 ‘생산성’을 위한 것인지 ‘복지’를 위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생산성을 위해선 오히려 20~30분 더 걸려도 업무지로 출근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으나 복지가 필요한 여직원들이나 건강상 필요한 직원들은 주변 스마트워크 센터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 자체보다 활용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공기관 모바일 오피스 공급업체 관계자는 “스마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제도”라며 “비인간적인 면이 있더라도 철저히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와 마인드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표]스마트워크 도입 시 주요 도입 기술과 정책·문화적 보완 사항

기술적 측면
주요 정책·문화적 보완 사항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 기업별 스마트 워크 목표에 부합하는 스마트폰 업무 범위 선정
“일하는 시간과 절대량 대신 ‘성과’ 중심 업무 및 인사 평가체계 필요”

데스크톱 가상화 or 서버기반 컴퓨팅
- 정보의 분류와 공유, 활용을 위한 정책적 체계 선 마련

변동 좌석제
- 직급에 따른 상하 관계 대신 수평적 소통 문화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