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출처 :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news/detail.html?id=201110120052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국내 IT산업 체제는 물론 산업에 종사하는 IT인력 운영 실태를 보면 실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부가가치는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갔다. 수출 등을 통해 국내 경제를 움직이고 세계 속에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IT를 기반한 사업과 기술 등이 우리의 정서적·문화적 코드와 맞고 종사하는 우수한 인적 자원이 각 방면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술 인력이 처한 제반 문제를 보면 우울하다. 앞으로 국내 IT산업 미래까지 걱정되다는 게 결코 빈 말이 아니다.

먼저 국내 IT인력과 관련한 문제 중에 가장 큰 부분이 IT를 전공하고 이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중장기 비전 모델이 없다. 이를 이끌어 줄 시스템도 전무하다. 나는 종종 IT담당 직원으로부터 당혹스런 질문을 받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야근 하면서 개발 하기도 점점 힘들어 진다” 며 “새로운 기술도 계속 나오는데 40대 이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라는 푸념이다. 솔직히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다.

IT인력이 경력과 경험을 축적해 담당할 수 있는 게 결국 관리직이라면 더 이상 비전을 세워 주기 힘들다. 기술적인 노하우를 원하는 직군에 대한 시장 수요가 거의 없다. 기술력 하나만 가지고 창업해 성공한다고 이야기해 줄 수도 없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IT인력이 크게 늘어나지만 성장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조직화해 부여할 수 있는 임무가 적다면 결국 유휴 인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 인력을 요구하지 않으면 선순환 인력 생태계는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기능인으로 IT인력이 현장에서 많은 작업과 업무를 담당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기 발전이나 조직적인 문화와 비전 체제로 편입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요구, 기업에서의 중장기 인력 수급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각 기업과 사회조차 IT인력이 가진 지금의 기술과 능력을 뽑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른바 기능적 노동자 이상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인력도 자신이 가진 기술력을 당장 가장 비싼 값에 사줄 수 있는 일을 찾는데 급급하다. 5년 후, 10년 후 미래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IT인력에게 기술력도 별 것 아닌데 왜 이렇게 월급을 많이 요구하냐고 푸념한다. IT인력은 기업에게 일도 편하지 않은데 왜 월급이 적냐고 맞받아친다. 결국 다툼만 있을 뿐, 근본적인 처방은 내리지 못한다.

직업이 생겨나고 사회 속에서 완전히 자리 잡는 데에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해당 직업을 통해 성공한 선행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롤 모델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꿈을 심어주고 해당 직업의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적·기업적 토양은 굳건하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당 인력과 고용하는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공통의 과제로 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갖고 미래의 비전을 보며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고용한 기업은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인력으로 경쟁력을 끌어내야 한다. 또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현장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힘이 모여 보다 나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클라우드나인크리에이티브 대표(sowny@cloud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