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출처 :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news/detail.html?id=201110250120

수년 전 애플이 아이폰으로 성공을 거두자 온 나라가 술렁였다. 휴대폰 업계 아마추어인 애플은 일격에 휴대폰 전문 기업들을 녹다운시켰다. 그 중심엔 지속성장 가능한 애플만의 소프트웨어(SW) 생태계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올 8월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를 선언했다. 나라는 다시 들썩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간신히 애플을 따라 잡은 상황에서 구글이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한 탓이다.

“거 봐라. SW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역설했거늘. 우리에겐 하드웨어만 있고 SW는 없다. 이러다간 휴대폰 강국 자리마저 내주는 거 아니냐”는 식의 반응이 쏟아졌다. 오비이락일까. 공교롭게 그때 정부는 모바일 운용체계(OS) 개발지원 카드를 꺼냈다. 업계와 네티즌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뭔가 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좋다. 그만큼 SW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방증이니.

이후 온갖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SW강국으로 가는 길'로 요약된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건강한 SW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개발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SW인재 양성에 힘쓰자' 'SW불법복제를 근절해야 한다' 'SW진흥단지를 설치하자' 'SW분리발주를 서두르자' '유지보수율을 현실화해야 한다' '테크노크라트가 필요하다' 등.

재탕, 삼탕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누차 강조돼 왔던 것들이다. 사실 이 대안은 우리나라가 SW강국이 되기 위한 핵심조건이다. 더 이상 새로운 방법이란 없다. 이것만 해결하면 뭐가 돼도 된다.

대안은 나왔지만 액션은 없었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그 중요한 SW육성에 쓸 돈이 없다 한다. 미국 영화 '데이브'에서 대통령을 쏙 빼닮은 주인공 데이브는 잠시 동안 대통령 대역을 한다.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외면당하는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그는 회계사 친구와 밤새 불필요한 예산항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예산을 만들어낸다. 대통령보다도 더 대통령다운 그에게 관객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영화에서처럼 돈이 문제라면 정부는 어떡해서든 그 돈을 만들어내야 한다. SW산업 육성은 나라의 경쟁력과 미래동력에 직결되는 최우선 해결과제가 아닌가. 정부는 SW가 모든 산업의 근간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걸 국민이 믿게 하려면 정부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산업계, 학계, 국민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인데 정부는 왜 못하고 망설이는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건 아닌가. 뽑아내야 할 전주(전봇대)는 산업단지 진출입로가 아니라 정부 한가운데 박혀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수십조원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수십조원이 더 투입될 4대강 공사가 처음부터 4대강이 아닌 3대강이었으면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가져본다.a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