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네 IT & Media / IT 와 미디어를 바라봅니다



이 글은 디지털단식이라는 책의 내용입니다. 회사에서 몇년 일하다보니 너무 공감이 가서 기억하려고 남겨둡니다.

 

IT관리예산, 배보다 배꼽이 큰격

시스템의 난립과 극단적인 부분 최적화는 시스템의 유지비용을 크게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에 각종 화근을 남긴다. 왜 유지비용이 상승할까? 그것은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각 업무 시스템이 본래의 목적이나 효과,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보다 시스템이 멈추거나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하는데 더 큰 노력과 시간, 즉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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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환경에 비해 경직적인 업무 시스템은 명백히 비즈니스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만이 제기가 되지 않더라도 문제는 내부적으로 생긴다. 일단 시스템에 큰 변화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대소동이 일어난다. 여기저기 난립하고 극단적으로 개별 최적화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쓸데없는 요구만 하는 이기적인 사용자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정보 시스템 부서의 기술이 떨어진다.”, “대충 만들었다.”, “예산이 없다.” 등등 다양한 비판이 있긴 하지만, 핵심을 찌른 지적은 하나도 없다.

진짜 원인은 대부분의 IT예산을 정보 시스템 부서에 집중하는데 있다. 달리 말하면 시스템을 이용하는 각 실무 부서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업무 시스템에 대해 투자 책임, 비용 대 효과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비판적인 프로야구 팬처럼 현실성이 있든 없든 일단 자신의 생각만 말한다. 회사의 영업 부서가 시스템에 관해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면 반드시 문제가 된다. 비용 대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당장 자신들이 하는 작업이 편해질 수 있는 시스템만을 요구하는 ‘몬스터 유저’가 증식하는 것이다.

그 대부분은 “왜 우리 회사의 시스템은 인터페이스가 친철하지 않은 거야?”, “나는 예전 시스템처럼 이 집계치를 화면의 이 위치에 표시하고 싶어. 안 그러면 불편하다고!” 같은 하찮은 요구다. 이에 대해 정보 시스템 부서에서 “하지만 시스템화에 들어가는 예산이 정해져 있고 정말 실현해야 할 기능과 샤양이 많아서 이번에는 요청을 들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내가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시스템은 인터페이스가 그렇게 친절할 수 없는데, 왜 우리 회사는 이 모양이야!” 라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정보 시스템 관리자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본심을 대신 말해주도록 하겠다.

“그런 하찮은 것보다 본질적으로 업무가 효율화되거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향상될 포인트를 가르쳐 달라고!”

“그야 제품을 사는 고객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니 당연히 심혈을 기울여 편리하게 만들었겠지. 그게 사업의 핵심인데 당연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 위치에 집계 수치를 표시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이 시스템의 업무상의 핵심이 뭔지 생각해 보라고!”

어느 회사에서나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불행한 현실이다. 각 부서는 시스템 투자에 관한 요청을 계속해서 시스템 부서에 보낸다. 요청을 보내는  쪽은 예산 권한도 없고 투자 대 효과에 관해 책임질 필요도 없으므로 오로지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한다. 한편 정보 시스템 부서는 실무 부서의 불평과 비판이 두려워서 전문 용어를 구사해 회사의 재정이 허락하는 한계까지 IT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군살만 잔뜩 붙어 있고 근육은 없는 “비효율적인 시스템” 이 탄생하고 IT 예산도 비대해지는 것이다.

예산만 늘어날 뿐 기대했던 효과가 없다.

다이와 하우스 공업의 집행 임원이자 정보 시스템 부장인 가토 교지 씨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전체 최적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단언했다. ‘현장의 목소리’ 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현장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이 시스템에 반영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점점 시스템이 비대해져, 일정 수준을 넘게 되어 사람이 컴퓨터에 구속되고 맙니다. 결국 시스템의 ‘비대화’와 ‘복잡화’, ‘현장력의 저하’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요청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사소한 편리함을 추구한 것이 많음을 금방 알 수 잇다. 사업부 공통 시스템에서 출력되는 장부의 레이아웃을 지금까지 부서에서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형태로 바꾸기 위한 서브 시스템, 부서 고유의 영업 방식에 맞춘 부 전용 업무 관리 시스템 등, 주위를 둘러보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래서는 IT예산만 부풀어 오를 뿐 사내의 정보 공유나 커뮤니케이션의 고도화 등, 애초에 원했던 결과로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요청을 보내는 각 부서에서는 물론 전체 최적화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호환성이 없는, 활용되지 않는 데이터나 데이터베이스가 사내 여기저기에 만들어진다. 정보 공유는 진행되지 않고 운용과 입력만 더욱 번거로워지는 것이다.

경영자조차도 “우리 회사의 시스템 부서는 친절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라든가 “IT예산이 비대해지고 있는데 투자에 걸맞는 효과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자신의 무책임함에서 비롯된 문제를 시스템 관리 부서에 전가하는 발언이다. IT 예산을 시스템 부서에 집중했거나 그러도록 용인한 장본인은 바로 경영자다. 그 결과 업무와 시스템이 분단되어 사소한 편리함만이 무의식중에 추구되면 쓸데없는 기능과 데이터, 정보가 넘쳐나고 IT중독을 조장하게 되었다.

기업의 업무 시스템은 인터넷의 출현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항상 변화하지 않으면 가치가 감소하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되었다. 세부적인 문제점에 주목하기 전에 이런 불행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 온 잘못된 구조, 원흉을 없애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다. 많은 기업의 업무 시스템은 경영자가 ‘결단’을 내리고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물리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